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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운영위원-문화일보> [오피니언] 時評 민주당과 안철수의 민주당과 안철수의 同床異夢

글쓴이 : 청연 날짜 : 2013-11-15 (금) 10:10 조회 : 1926
 민주당과 안철수의 同床異夢                      게재 일자 : 2013년 11월 14일(木)
 
김형준/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최근 민주당과 정의당, 무소속 안철수 의원, 시민 사회단체와 종교계 등이 참석한 ‘범야권 연석회의’가 열렸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 진상 규명과 민주 헌정 질서 회복’을 위한 모임이라고 한다. 민주당이 10·30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연석회의를 열어 강경으로 급선회한 것은 상당한 의도와 전략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우선, 더욱 강력한 투쟁을 요구하는 당내 강경파의 요구를 수용해 흔들리고 있는 김한길 대표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등 일련의 ‘안보 정국’에 대응하기 위한 반전 카드로도 풀이된다. 더 중요한 것은 ‘안철수 신당’ 창당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 안 의원이 지난 4일 특검 도입을 제안했고, 민주당은 8일 ‘원샷 특검’ 형태로 화답했다. 민주당은 특검을 고리로 안 의원과 공조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에서는 연합 공천과 같은 느슨한 형태의 선거연대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 같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해 내년 지방선거에 참여하면 야권 표가 분산돼 필패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1996년 총선에서 여당인 신한국당은 예상을 깨고 서울 27석(57.4%), 인천 9석 (81.8%), 경기 18석(47.4%) 등 수도권에서 총 54석(56.3%)을 얻었다. 반면, 김대중 총재가 정계 복귀 후 1995년에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는 서울 18석(38.3%), 인천 2석(18.2%), 경기 10석(26.3%) 등 총 30석(31.3%)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회의는 이종찬 부총재, 정대철 선대위 의장, 박지원 대변인이 줄줄이 낙선했다. 야권이 김대중 신당과 통합민주당으로 분열된 결과다.

안철수 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 참여하게 되면 야권이 분열돼 민주당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 실시된 재·보선 5곳에서 전패(全敗)한 데 이어 또다시 패배할지 모른다. 그런데 안 의원은 연석회의에 참여했지만 민주당과는 철저히 거리를 두고 있다. “사안별 협력일 뿐 연대는 아니다” “연석회의에는 참석하지만 한 번만이다”고 밝혔다. 그만큼 안 의원은 연석회의가 정치공학적 ‘신야권연대’의 신호탄으로 보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그는 연석회의 첫날에도 “특검 논의에 앞서 지난 대선에 대한 정통성 시비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또 국민이 원하지 않는 방법으로 목표를 관철하지 않겠다는 협의도 필요하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민주당이 특검 관철을 위해 국회 일정 거부와 예산안 처리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에 미리 제동을 건 것이다.

어쨌든 민주당과 안 의원은 연석회의 시작부터 엇박자를 내면서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빠진 것 같다. 그러나 안 의원이 연석회의에 참여한 이상 쉽게 손을 뗄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적 연대는 한 번 결성되면 어느 일방이 비난을 감수하고 손을 떼지 않는 한 상당 기간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석회의는 안철수 신당 창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만약 안 의원이 향후 신당 창당을 명분으로 연석회의에서 빠지면 이 회의에 참여한 모두로부터 공동의 적이 돼 정치적으로 고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연석회의를 개최하는 것은 자유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이 제2의 강경 투쟁을 위한 야권 연대인지는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은 수 개월에 걸친 대여 투쟁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절반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역할 수행을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가 6월 61%→7월 69%→ 8·9월 72%→ 10월 77%로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했다. 이런 민심의 흐름으로 본다면 지난 10월 재·보선은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민주당의 장외 투쟁에 대한 중간 평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민주당은 국민을 무조건 끌고 가려고 하지 말고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2009년 선종(善終)하신 김수환 추기경은 2004년 4월 동국대 불교대학원 특강에서 “민주주의와 정의를 외치는 데서 미움과 편가르기가 수반된다면 민주주의와 정의는 거꾸로 우리를 억압하고 이 사회를 비(非)인간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현 시점에서 민주당이 깊이 음미해 볼 만한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