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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화려한 2013년의 끝, “안녕들 하십니까?”

글쓴이 : 구자형 날짜 : 2013-12-24 (화) 03:26 조회 : 2318
화려한 2013년의 끝
 
“안녕들 하십니까?”

 

작은 시작, 큰 결과
  2013년이 끝나가는 지금, 전국은 이른바 ‘대자보 열풍’으로 뜨거운 상태다. 이 열풍은 지난 12월 10일 고려대학교의 한 학생이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글머리로 대자보를 붙인 것에서 시작되었다. 철도 민영화 의혹과 밀양 송전탑,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실은 이 대자보는 대학생들에게 “이런 시절에 안녕들 하십니까?”하고 물었다. 이렇게 시작된 ‘안녕’ 대자보는 SNS와 언론 매체를 통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후 많은 대학가에서 고대생의 질문에 응답하는 형식의 대자보가 붙었고 연예계와 중·고등학교, 국회까지 대자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어느 한 대학생의 작은 시작이 큰 결과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단언컨대 ‘이슈 거리’라는 것은 내용이 무엇이든 찬성과 반대로 갈리기 마련이다. 이번 대자보 열풍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열풍에 응원하고 답변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대자보 내용에 반대 뜻을 표하고 극단적으로는 훼손하기까지 하는 사람들도 함께 비례했다. 2013년의 하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대자보. 과연 무엇이 문제였기에 서로 정치적인 이해관계까지 확대된 것일까?
 
 
 
여러분은 정말 ‘안녕(安寧)’한가
  12월 10일, ‘안녕’ 대자보를 처음으로 붙인 고려대학교 학생은 쌍용차 노조 문제, 밀양 송전탑 사건 등 사회 이슈를 하나씩 꺼내며 현 정부에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문장으로 대자보를 끝내며 대학생들에게 물음 아닌 물음을 던졌다. 많은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대자보에 몰려들었고, 이 소식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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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장에 설치된 게시판에 '안녕' 대자보가 붙어있다. (사진 위키백과)

  그 후 건국대, 서울대, 연세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과 부산대, 용인대 등 전국의 많은 대학가에서 대자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고려대 학생의 물음에 응답하는 형식이 주를 이룬 가운데 ‘이대 다니는 남자’, ‘민영아, 어디서 잤어?’와 같은 이색적인 주제의 대자보가 속속 등장했다. 이어 12월 18일에는 중앙대학교와 동양대학교에서는 교수들이 제자들을 응원한다는 메시지의 대자보를 붙였다. 
 
     “우리 제자들이 안녕하지 못해 우리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얘들아 괜찮다. 안녕하냐고 물어도 된다.”
 
  대자보 열풍은 대학가를 넘어 사회 각계각층으로 퍼졌다.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는 SNS의 프로필 사진을 대자보로 바꿨고,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민주당 의원들도 트위터를 통해 ‘안녕’ 대자보를 지지하며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 게시판과 사무실 앞에 대자보를 붙여 놓으며 대학생들을 응원했다. K리그의 축구 선수, 시 의회, 가수가 대자보 열풍에 합류했다. 이 열풍은 이제 대학가의 작은 소식이 아닌, 하나의 문화 코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안녕 (安寧)
     [명사] 아무 탈 없이 편안함
 
  ‘안녕’ 대자보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이 의문점을 품는 것은 하나뿐이다. 바로 글을 읽는 여러분, 즉 국민 여러분들은 안녕들 하시냐는 이야기다. 철도 민영화 의혹이 불거지고 쌍용차 노조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며,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이 있는 이 시점에서 과연 안녕하게 지내실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에 사람들은 “그동안 우리는 안녕했다.”면서 ‘부끄럽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리고 결론짓는다. “이제 소리치려 합니다.”
 
 
 
논리 없는 ‘안녕(安寧)’
  ‘안녕’ 대자보 열풍을 다른 방향으로 제시한 사례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작한 어느 동영상에서는 “우리 국민들은 불법파업으로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면서 철도 파업을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모 의원은 정부의 성공과 국민 화합을 기원하는 자보를 붙였다. ‘안녕’에 대해 정부 비판적으로 내놓은 전의 대자보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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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적 성향의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에서는 대자보 열풍을 두고 분석과 대안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로고 한국대학생포럼)

  한편 보수 성향의 인사들과 네티즌들은 대자보 열풍을 ‘감성팔이’라고 비판했다. 대자보가 논리적인 설득보다 감성적인 호소를 주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자보를 시작한 고려대학교 학생의 진보신당 당적이 발견되면서, 철도노조와 야권의 개입 의혹도 제기되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과연 이 대자보가 순수성이 있는가?’를 두고 큰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노동당 당원이라면 당론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학가에서도 ‘안녕’ 대자보를 두고 반대 여론이 나타났다. 보수적 성향의 한국대학생포럼은 지난 12월 19일 고려대학교 정문에서 “대자보에 대학생들이 선동되고 있다.”며 대자보 열풍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와 더불어 자유대학생연합에서는 지금의 대자보 열풍에 논리적인 대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반박 대자보를 제작했다.
 
     “'안녕' 대자보는 주체, 객체, 대상 처가 없는 연민과 불만의 토로일 뿐
     예리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대자보 운동에 반대하는 보수 단체들은 대자보가 논리적으로 분석하는 기능을 상실하였고, 오로지 감성적인 호소에만 매달려 있다고 말한다. 또한 ‘직위 해제’를 ‘해고’로 잘못 기재하는 사항 등을 지적하며 대자보가 대학생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자보가 더욱 논리적인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고, 올바른 정보를 담아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 짓는다.
 
 
 
논리적이고 바른 정보, 대학생들의 외침
  대학 총학생회 투표율이 절반을 웃도는 지금, 대한민국 20대들 사이에서 운동권의 물결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학내에서만 시끄럽던 대자보가 전국적으로 커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학생들의 ‘소리 없는 외침’이 드디어 ‘소리’를 찾게 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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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안산의 한 청년이 '안녕' 대자보를 들고 번화가로 나섰다. (사진 페이스북 개인 프로필)
 
  대자보 열풍으로 인해 많은 대학생이 자신들의 의견을 꺼내고 서로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는 분명 대자보로 인해 발생한 효과다. 앞으로 이 열풍은 대학생들에게 스스로 주장할 수 있는 자격을 쥐여주며, 진정한 사회의 리더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는 없다. 지금의 대자보는 감성적인 호소에 치우쳐 논리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다.
  문제점과 지적 사항을 무시한 문화는 결코 좋은 문화가 될 수 없다. 2013년 말, 대학생들이 화려하게 소리치면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이는 대학생들의 소중한 외침이 되면서, 동시에 올바른 정보와 논리적인 주장을 함께 담을 수 있는 문화로 정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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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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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청년유권자연맹 5기 기자
한국청년유권자연맹 경기남서지부 회원
(전)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회 고교 Dream 분과 위원
(전) 평택대학교 신문사 30기 대외협력부장
(전) 대학언론협동조합 창립 준비위원
(전) 창비 청소년 문학상 심사단